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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HD 환자의 일기] 8월 28일
    일기 2023. 8. 28. 15:34

    처음으로 일기를 쓴 날을 보니 재밌다. 상태가 안 좋았었나보다. 그럴만도 하다. 약을 먹다 안먹다 한데다가 전전날 술을 마셨어서 그런 것 같다.

    병원을 다녀오고 약을 증량한 후 많이 나아졌다. 머릿속이 좀 맑아졌고 나쁜 생각이 잘 안든다. 씻는 것도 잘 할 수 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힘들다고 하니 바로 약을 증량하는게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의 나는 그 말보다는 어떤 공감이나 격려나 위로 한 마디를 원했던 듯 하다. 살짝 서운했지만 이내 선생님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료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평소보다 기분이 낮아진다. 난 평소에 잘 웃고 떠드는데 이상하게 진료실 가면 우울한 척이나 불쌍한 척을 하게 된다. 근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평소에 웃고 떠드는 척을 하고 우울했던 걸수도 있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고 있다. 이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다. 계속 어떤 대상과 비교하거나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게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염세적으로 살기보다는 나가서 활동적으로 느끼고 표현하고 사랑하고 때로는 권태도 느끼면서 살라고 하는 것 같다. 다 읽진 않았지만.

    유투브에서도 하도 비슷한 말을 많이 하니까 그게 그건 것도 같고 잘 와닿지는 않는다. 나가서 활동적으로 뭘 할까. 생산적인걸 하고싶은데 내 능력으로 할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부산가는 KTX 안이다. 나름 심심하지 않게 가고 있다. 머릿 속이 맑아서 좋다. 기분도 꽤 상큼하다. 일찍 일어나서 복숭아랑 베이글 먹고 올걸.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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