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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HD 환자의 일기] 8월 25일
    일기 2023. 8. 25. 16:52

    집에도 일기장이 있지만, 블로그를 자꾸 까먹어서 일기를 써서라도 써먹어보려고 합니다.

    나는 ADHD가 있고, 발견된지는 -년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다가 선생님께서 한번 검사해보자고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은 대학원생 입니다. 요새 교수님께 ADHD를 핑계로 학교에 늦게가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양아치같은 대학원생 삶을 살고 있어요.

    지금은 병원에 가는 길입니다. 뭐가 중요한지 뭘 해야하는지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살다보니 월요일에 있었던 병원과의 약속도 못가서 지금 가는 중이에요.

    저도 뭔가 꾸준히 해보고싶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평범하게 학교에 가고싶어요. 핑계로 들리겠지만, 핑계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참 어려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나는 왜 이럴까. 답도 안나오는 질문들을 셀 수도 없이 합니다.

    왜 꾸준히 못하냐고요? 왜 아침에 학교에 못 가냐구요? 하기가 싫어요.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그냥 못하고 다른 길로 새요. 씻으려고 맘먹었다가 고양이 한 번 안아주고 다시 누워버려요. 사는게 참 지겨워요.

    처음에는 의욕적이에요. 처음하는거, 가끔 하는걸 좋아해요. 그러다 금방 식어요. 이것도 좀 하다보면 식겠죠?

    어릴 때도 그랬어요. 자꾸 다른 버스를 타고, 다른 정류장에 내리고, 지각하고 다녔어요. 제발 그만 좀 이렇게 살고싶어요. 자기 전에는 내일은 오늘처럼 살지 말아야지 생각해요. 그리고 아침이 되면 리셋되어 버리죠.

    평범한 삶이 부러워요. 성장하는 삶이 부러워요. 이걸 가지고 계속 살아야 한다는게 어이가 없네요. 여태까지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잘 끌어줬던 것 같아요. 기숙사에 살고 친구랑 같이 살고 하면서 대학교때까지는 그냥 덤벙거리는 인간이거니 했어요.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니 금방 탄로났죠. 지각이랑 앉아서 멍때리기 딴생각하기는 기본값이고 앉아있지도 못했어요. 의사선생님께서는 앉아있기랑 지각 안하기부터 해보자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제일 어려운걸요.

    잠시 정신이 돌아와서 똑부러지게 살다가도, 한 일이주일 뒤면 또 무슨 잘못을 해서 다시 무너졌어요. 어제도 저는 약속을 잊었고 학교도 안 갔어요. 엊그제도 두신가 세신가에 갔고 그 전날에도 그랬고 월요일에는 또 학교를 안갔고 그전주 금요일에도 안갔어요. 이정도면 저희 교수님 부처이신듯.

    분명 제가 의지를 갖고 고쳐야하는데 저는 다짐하고 까먹고 다짐하고 까먹고 그저 약먹고 고쳐지길 바라고 있는 제가 한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본인이 평소 한심하다고 생각하셨다면 축하드려요. 저를 통해 위안을 얻으셨어요.

    이렇게 사는 거 참 구역질이 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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