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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일기] 8월 30일일기 2023. 8. 30. 19:12
어제 랩실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앞으로 늦더라도 이해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말하기 전에 가슴이 좀 뛰었는데 그래도 떨지않고 잘 말했다. 그리고 딱히 다들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니 늦게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고 집에 도착한 뒤에도 피곤한데 정신이 또렷해서 거북했다. 효과가 탁월한 듯 싶다.
사실 밥도 안먹어서 약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작용도 확실하다. 배가 안고프다. 이러다 살이 빠지면 좋겠다.
오랜만에 엄마랑 길게 전화를 했다. 엄마랑 대화하는 건 즐겁다. 즐거워졌다. 엄마도 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둘다 변한 것 같다. 아마도 좋은 쪽으로..
그때는 그 세상이 다였다. 나의 세상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내가 막기도, 막혀있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만들고, 내가 내 주변 환경을 만들고 각자 다 알아서 살기 바쁘고 나는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면서 알아주길 원했다. 원하지 않는 척을 했다. 이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대로 살다가 내가 죽어버리면 짐을 지워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면 나를 생각해줄까 했다.
지극히도 마음이 아팠었다. 나는 내가 그 마음을 여태까지 간직하고 살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좀만 더 오래됐다면, 버티기 힘들지 않았을까.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계속 살아서 뭐하나 싶긴 하다. 하지만 그냥 산다. 지금은 왜 사는지 모르는데 그냥 산다. 그런거 보면 인간의 생존 본능도 강하긴 한가보다.
오늘 이런 생각이 난 건 엄마랑 한 대화가 즐거웠고, 어제 사람들이랑 한 대화가 즐거웠다. 그들도 날 즐겁게 해주고 나도 그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기뻤다. 옛날 노잼 소녀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기뻤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즐거움을 알게되어서 좋았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몰랐었기에.
나는 아마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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