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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 선고
    일기 2024. 9. 22. 19:20

    사형선고를 받고 언제인지 모르는 날짜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미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맞았다. 오히려 평온하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늘 누구보다도 정답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정답은 항상 슬퍼서 내 손가락을 아프게 했다.

    참 재미있는 인생이다. 엎치락 뒤치락 해도 결국 패배는 나의 것. 희망고문을 끝내 하겠다는 너는 정말 날 사랑하지 않나보다. 그런 너를 나는 알고있어도 모른척, 흐린 눈을 하고 열심히 사랑하기 바빴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은, 어디 있길래 나를 이렇게 애타게 하는지.

    희망고문의 끝은 희망도 고문도 아닌 죽음이다. 난 애써 자라나는 희망을 짓밟는다. 정답은 늘 맞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 희망의 끝은 찬란이 아니었다. 희망의 끝은 익숙한 구렁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라나는 희망들은 나에게 속삭인다. 이번에는 틀릴 거라고, 이번에는 날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난거라고.

    하지만 아까 본 글에서 시간을 갖자는 의미는 네가 없어서 힘들면 사귀고 괜찮으면 헤어지자는 뜻이라고 한다. 무릎을 탁 쳤다.

    내가 그런 존재구나. 내 감정과 의지는 없이 그렇게 결정되는 거구나. 다시 또 엎치락 뒤치락. 나는 이미 상처받았는데 어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손을 내민다면 잡고싶을텐데. 앞으로의 불구덩이를 알면서도 또 흐린눈을 할텐데. 이런 마음이 가엾지도 않았니?

    나는 이제 정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어졌다. 난 무슨 표정을 짓고 살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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