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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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일기] 9월 13일일기 2023. 9. 13. 22:39
오늘도 끝나간다. 뭘했는지 모르는 뒤죽박죽 하루였다. 할 일들을 정리해야겠다. 어제는 수영에 조금 재미를 붙였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하루종일 잠만잤었는데. 앞으로도 오늘처럼 일어나고싶다. 연구실에서 사람들이 뒷말을 하고 나에게 살아있었냐고 한다. 왜 그렇게 남일에 관심이 많은지. 물론 그들에겐 그냥 가십거리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대상이 된 나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관심일 뿐이다. 여전히 수업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쪽 도메인의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 같긴하다. 나도 그쪽으로 가고싶다. 여러모로.. 참 다양한 사람들이 열심히도 사는 것 같다. 그걸 보는 나는 반성을 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좀 놀면 어때서? 하지만 그들이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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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일기] 8월 30일일기 2023. 8. 30. 19:12
어제 랩실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앞으로 늦더라도 이해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말하기 전에 가슴이 좀 뛰었는데 그래도 떨지않고 잘 말했다. 그리고 딱히 다들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니 늦게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고 집에 도착한 뒤에도 피곤한데 정신이 또렷해서 거북했다. 효과가 탁월한 듯 싶다. 사실 밥도 안먹어서 약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작용도 확실하다. 배가 안고프다. 이러다 살이 빠지면 좋겠다. 오랜만에 엄마랑 길게 전화를 했다. 엄마랑 대화하는 건 즐겁다. 즐거워졌다. 엄마도 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둘다 변한 것 같다. 아마도 좋은 쪽으로.. 그때는 그 세상이 다였다. 나의 세상은 밖으로 나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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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일기] 8월 28일일기 2023. 8. 28. 15:34
처음으로 일기를 쓴 날을 보니 재밌다. 상태가 안 좋았었나보다. 그럴만도 하다. 약을 먹다 안먹다 한데다가 전전날 술을 마셨어서 그런 것 같다. 병원을 다녀오고 약을 증량한 후 많이 나아졌다. 머릿속이 좀 맑아졌고 나쁜 생각이 잘 안든다. 씻는 것도 잘 할 수 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힘들다고 하니 바로 약을 증량하는게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의 나는 그 말보다는 어떤 공감이나 격려나 위로 한 마디를 원했던 듯 하다. 살짝 서운했지만 이내 선생님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료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평소보다 기분이 낮아진다. 난 평소에 잘 웃고 떠드는데 이상하게 진료실 가면 우울한 척이나 불쌍한 척을 하게 된다. 근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평소에 웃고 떠드는 척을 하고 우울했던 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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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일기] 8월 25일일기 2023. 8. 25. 16:52
집에도 일기장이 있지만, 블로그를 자꾸 까먹어서 일기를 써서라도 써먹어보려고 합니다. 나는 ADHD가 있고, 발견된지는 -년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다가 선생님께서 한번 검사해보자고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은 대학원생 입니다. 요새 교수님께 ADHD를 핑계로 학교에 늦게가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양아치같은 대학원생 삶을 살고 있어요. 지금은 병원에 가는 길입니다. 뭐가 중요한지 뭘 해야하는지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살다보니 월요일에 있었던 병원과의 약속도 못가서 지금 가는 중이에요. 저도 뭔가 꾸준히 해보고싶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평범하게 학교에 가고싶어요. 핑계로 들리겠지만, 핑계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참 어려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나는 왜 이럴까. 답도 안나오..